9년간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며 배운 것들

2022-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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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9년 차 프로덕트 디자이너 이지혜입니다. 현재는 리디 자회사에서 "디리토"라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어요.

어떻게 디자인을 하게 되었나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신화를 좋아해서 포토샵을 하기 시작했어요. 신화 팬 사이트 만들어야 해서 나모 웹에디터로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래픽 디자인에 관심 가지게 됐어요. 미술학원에 다니면서 미대 입시 준비를 했고, 시각 디자인과에 진학하게 되었어요. 원래는 진로에 대해서 뚜렷하게 뭘 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아이팟 터치를 사용하면서 처음으로 앱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때 내가 가야 할 길이 이쪽인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 후에 복학하면서 UI/UX 관련된 수업이 학교에 굉장히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찾아가면서 들었습니다. 창업 관련된 수업 들으면서 앱을 다 같이 만들어보는 수업을 듣고 발표하기도 했어요. 그 발표 자리를 통해서 인턴을 시작으로 일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쪽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약간 확고해졌던 것 같습니다. 그 후에 에이전시에서 GUI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고, 리디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6년 가까이 일했어요.

리디 북스 이후에는 어떤 일들을 했나요?

리디북스에서 2020년 12월에 퇴사하고, 그 이후에는 너무 B2C 서비스만 했던 것 같아서 B2B 쪽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어요. 아예 안 해봤던 도메인에 좀 뛰어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식스샵"이라는 회사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식스샵은 쇼핑몰 창업자를 위한 B2B 솔루션을 만드는 곳이에요. 거기서 디자인 리드 겸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했었어요. 그러다가 모든 걸 처음부터 다 만들어보는 초기 창업 단계의 회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보던 중에 디리토라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거죠. 같이 해보면 좋겠다 싶어서 조인한 후 지금까지 일해오고 있어요. 올해 1월부터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일반적인 하루의 모습

지금 회사는 주 1회에 출근하고, 나머지는 재택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하루 출근하는 날과 나머지 4일의 루틴이 조금 달라요. 출근하는 날에는 일하다가 출발해서 점심시간에 모여서 다 같이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스크럼과 협업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하면서 업무를 해요. 나머지 주 4일은 알람 시계 없이 보통은 7시에서 8시 사이쯤에 일어나서 물 한 잔 마시고 씻고 책을 좀 읽다가 그 이후에 그냥 자체적으로 출근해서 일하고 그렇게 보내는 것 같아요. 퇴근하고는 화요일, 목요일에는 필라테스와 축구를 해요. 월수금 중에는 달리기를 하고요.

일정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공적으로 회사 업무는 "아사나"라는 툴로 관리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엄청 계획을 세워서 하는 편은 아니에요. 제가 계획을 세우면은 너무 계획에 집착하는 타입이라, 오히려 그게 너무 방해될 때가 많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계획을 딱히 세우지는 않고, 그날 해야 하는 일과 범위 정도만 확인하고 있어요. 계획보다도 내가 진짜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그게 더 중요한 것 같아서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를 적고 있어요. 그렇게 적은 것들을 나중에 읽어보면서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확인하고 고쳐야 할 부분은 바꾸려고 해요. 예를 들면, 일하다가 잠깐 쉬면서 유튜브를 봤는데 그러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러가 버렸다. 만약 그러면 이것을 문제라고 볼 수가 있잖아요. 그럼 그 문제를 내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생각해보는 거죠. 조금 더 몰입할 수 있게 뭘 해보자. 스터디 윗 미 이런 영상 같은 거를 틀어놓고 일해보자는 식으로요.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어떻게 작성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노션 캘린더 폼에 '끄적이기' 이런 식으로 이름을 지어서 매일 매일 부담 갖지 않고 적으려고 하고 있어요. 사실 거기에 머릿속에 드는 생각들을 그냥 다 적고 있는데, 기사를 본다든지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든지 하면 그 생각이 계속 떠오르면서 멈추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나중에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자는 생각으로 간단하게 키워드로 적어 적어두는 거죠. 그러고 나서 하루 일과 마칠 때 그걸 다시 보면서 조금 더 발전시켜도 될 것 같은 아이디어는 따로 "옵시디언"이라는 툴에 옮겨서 태그화 시켜요.

옵시디언은 무엇인가요?

옵시디언은 제텔 카스텔을 좀 하기 쉽게 만들어준 제품이에요. "제텔 카스텔"은 네모 박스라는 뜻의 독일어인데 그걸 통해서 1년에 몇백 개의 논문을 써낸 학자가 있는 거예요. 그 사람이 어떻게 그걸 해냈는지를 살펴보고 나니까 제텔 카스텔이라는 메모 박스를 활용을 해서 그런 논문 쓰기가 가능했다는 게 알려진 거죠. 대충 메모를 남기는 게 아니라, 메모 자체가 완결성이 있는 문단 단위의 글이 되도록 써요. 핵심은 연관된 메모들끼리는 연결을 해주는 거에요. 조각조각 나눠져 있던 메모들을 이어주기만 하면 하나의 글을 쉽게 쓸 수 있어요. 옵시디언이라는 제품으로 메모를 잇는 걸 잘 할 수 있어요. 이 제품을 쓰는 이유도 앞서 말한 것처럼 일을 하면서 다른 생각으로 빠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예요.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obsidian

서로 연결되어 있는 메모들을 볼 수 있는 옵시디언의 그래프 뷰

자주 사용하는 툴이나 앱

음악 듣는 걸 좋아해서 스포티파이를 제일 많이 써요. 스포티파이에서 추천해 주는 음악은 무조건 믿고 듣는 편인데, 선택한 음악을 기반으로 다음 곡 추천을 잘해주거든요. 개인화 추천이 정말 잘 되어있는 제품이라고 생각해요. 또 저는 기본적으로 듣는 걸 좋아해서 오디오 클립이라는 앱을 사용해서 팟캐스트를 많이 들어요.

요즘 관심 있는 도메인이 있나요?

리디를 퇴사하고 식스샵 입사하기 전까지는 되게 체계적으로 회사를 되게 찾았어요. 그중에서도 중요했던 게 도메인이었어요. 그런데 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 "열정의 배신"이라는 책에서 열정이라는 건 딱히 없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냥 어떤 일이 좋아 보이고 그 일을 하면 열정이 생길 것 같다는 식의 열정은 사실 없다는 얘기인 거죠. 그냥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면 된다고 그 책에서는 말하고 있어요. 누구나 선망하는 직업이고, 그 직업을 갖고 싶다고 해서 바로 그냥 뛰어드는 게 아니라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나면 그런 직업을 갖게 될 수 있다고 얘기해요. 그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좋아하는 도메인을 꼭 안 해도 되겠다는 생각의 전환이 한번 오더라고요.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냥 거기서 최고가 되어버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도메인보다는 내가 지금 있는 곳에서 더 깊게 파보자는 생각이에요.

집중하기 위해서 하는 습관이 있나요?

업무와 일상을 분리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업무 일을 할 때는 회사용 노트북에서 하고, 개인 노트북에서는 유튜브를 본다든지 책을 읽는다든지 글을 쓴다든지 등의 일을 하는 식으로요. 통제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회사용 노트북으로도 그런 일들을 할 수 있거든요. 또 일을 하는 자리도 나눠서 하려고 해요. 심리학적으로도 자세나 장소를 바꿔주지 않으면 내가 계속 일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나중에는 투룸으로 가서 작업실을 따로 둘 계획이 있어요.

디자이너로서 일하면서 좋은 것

사용자들이 내가 만든 걸 잘 쓸 때 그때 제일 행복하죠. 또 어떤 제품이든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되게 재밌고 좋아요.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어떠한 제품으로 만들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상에서도 스스로 해볼 수 있는 것들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재밌는 것 같아요. 제가 가진 디자인 능력을 제품이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다 쓰고 싶다고 생각해요.

연차별로 고민이 다를 것 같은데 지금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연차가 적고 경험이 부족했을 때는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많아서 디자인과 관련된 지식을 쌓으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지금은 그래도 어느 정도의 기반 지식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내가 디자이너로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그랬을 때 내가 뭘 준비해야 할까 이런 고민이요. 왜냐하면 이런 디지털 디자인이라는 것 자체가 역사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내가 70살 80살이 넘어서기까지 디자인하고 있으려면 정말 엄청난 거장이어야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도 계속해서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런 고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9년의 시간동안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일하면서 배운점이 있다면

우선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팀으로도, 혼자서도 일해보는 경험을 해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경험이 각각 다르고, 배울 수 있는 점도 다르거든요. 혼자서 일할 때는 뭐든 혼자서 할 수 있는 독립적인 마인드셋이 길러지고, 팀으로써 일할 때는 팀원과의 협업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성장할 수 있어요. 두 번째로 느낀 점은 매니저로 일하는 건 아예 다른 업무를 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점이에요. (전 페이스북 현 메타의 전 제품 디자인 부사장인 줄리 주오가 쓴 <팀장의 탄생>에 나온 이야기) 챌런징하고 힘들지만 경험해볼만하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회사를 선택할 때 다른 것도 중요한 게 많겠지만, 회사의 개발 문화도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프로덕트 디자인은 인쇄되는 게 아니라 개발되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만드는 제품이 개발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에요.

컨텍스트 스위칭에 대해서

이게 가능할지 모르겠는데, 여러 가지 일을 한 번에 처리하지 않도록 상황을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요. 스위칭 비용이 크기도 하고, 저는 생각이 많다 보니까 한 번 몰입으로 빠져드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돼서 최대한 몰아서 하려고 해요. 예를 들면 예전에는 피그마 컴포넌트 파일을 정리를 매일 1시간씩 해보자고 생각을 했다면 지금은 양해를 구하고 이틀 정도의 시간동안 피그마 파일 정리를 하겠다는 식으로 얘기를 해서 타협하고, 최대한 하나의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요. 이렇게 했을 때 일의 효율도 더 좋더라고요.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힘들었던 경험이 있나요?

저는 일을 하면서 감정의 기복이 그렇게 심하지는 않아요. 불안한 상태가 있을 수는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하면 돼’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냥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려고 했어요. 그리고 그게 가능했던 건 프로덕트 디자인이라는 게 좋은 레퍼런스가 도처에 널려 있잖아요. 그냥 이 앱을 쓰면 그 레퍼런스를 내가 획득하는 거니까. 그래서 이렇게 좋은 직업이 어디 있냐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협업하기 좋은 동료란

그냥 기본적으로 일을 잘하는 사람? 자기 할 일 다 잘하면서 서로 대화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면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서로 대화를 많이 하는 건 옵션 널인 것 같아요. 또, 각자 분야를 존중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점이 좋은 디자이너를 만들까요?

디자이너들은 제품 디자인 자체만 잘한다고 해서 좋은 디자이너가 될 수가 없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면 코딩을 좀 알아야 한다든지, 비즈니스를 좀 알아야 한다든지 아니면 데이터를 볼 줄 알아야 한다든지… 그런데 그걸 하기에 앞서서 제품 디자인을 먼저 잘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코딩이나, 비즈니스나 데이터 같은 하나의 주제가 되게 크잖아요. 그 주제들을 하나씩 1년마다 격파하면 한 3년만 돼도 3~4개는 격파되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않고 그냥 플러스 스킬들도 좀 키워 나가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신입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이런저런 얘기들이 너무 많으니까 그냥 다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될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우선순위를 걱정해서 이도 저도 못 하게 되는 경우들이 많아서, 생각보다 시간은 많으니 하나하나씩 집중해서 잘해 나가면 되는 것 같아요.

이제 막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길을 걷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환영합니다.

앞으로 지혜님은 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다들 비슷할 것 같은데, 그냥 경제적 자유를 이룩한 삶을 살고 싶어요. 그렇다고 경제적 자유를 이룩한다고 해서 일을 안 할 것 같진 않고, 그냥 돈에 구애받지 않고 진짜 만들고 싶은 걸 만들어 보고 싶어요. 실패도 해보고요. 만들어보고 싶은 것들은 항상 있으니까 돈에 구애받지 않고 그냥 만들고 싶어요. 그냥 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자산관리에 대한 생각

저는 사실은 투자한 지는 얼마 안 됐고, 그전에는 그냥 무식하게 엄청 많이 모았어요. 거의 한 월급의 70%를 그냥 계속 모으기만 했어요. 근데 그것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투자하기에 앞서서 충분하게 돈을 많이 모아보는 경험 그냥 그 루틴을 쌓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자산 관리는 우선은 모으는 습관이 제일 중요해요 사실.

요즘 쉬는 시간에는 무엇을 하시나요?

지금 좀 재밌게 읽고 있는 책이 있다 보니까 책 읽으려고 좀 더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딥 워크"랑 "이제 나가서 사람 좀 만나려고요"라는 책을 지금 읽고 있어요.

취미가 있나요?

요새는 운동이요. 달리기랑 축구에 요즘 되게 빠져 있어요. 풋살 공 알아보고, 축구 영상 보고 있어요.

요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정체되지 말자. 부지런하게 이것저것 해보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면?

대표님, 사장님

좋아하는 브랜드

스포티파이, 캐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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